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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패스 연결과 스페인 by 톨리

많은 감독들이 팀을 맡은 후 처음으로 하는 인터뷰나 훈련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짧은 패스를 통한 연결이다. 

우리가 축구 해설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짧은 패스라는 단어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 연결은 쉽지 않은 것이며, 흔히 "짧게 짧게 잘 간다" 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전의 국가대표팀과 비교할 때 현재의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는 압박과 볼 간수, 킵에 능한 선수들이 고루 있었고,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연결은 짧게 짧게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역습시에는 빠르게 전방의 박주영을 노렸고, 지공시에는 공격진의 스위칭과 동시에 짧은 패스 연결을 가져갔다. 상대의 헛점을 노리면서 빠르게 2:1 패스나 드리블을 통해 상대를 제껴냈다. 하지만, 2:1이 돋보였을 뿐, "짧게 짧게 잘" 가지는 못했다. 

스페인은 우리와 상대했을 때 강력한 중앙 프레싱에서 나름 고전했었다. 그 이유로 스페인이 했던 독일과의 경기와 우리나라의 경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윙으로 공을 돌리는 경우가 더 잦았다. 적어도 독일과 경기에서는 윙으로 돌리더라도,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와의 짧은 패스 연결을 통해 돌파했고, 드리블을 이용하는 것은 패널티 박스 주변에서만 시도 했었다. 쉽게 공을 내주지 않으면서 패널티킥을 노리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는 중앙에서 유기적으로 윙과 연결되지 않았다. 단지 윙으로 연결을 주면, 윙은 드리블을 통해 돌파했고, 실패하면 그때 중앙의 수비수나 공격수가 빠르게 수비가담을 들어왔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상대 공격수들의 빠른 압박에 고전했고, 그 때문에 다시 볼을 뺏겼지만, 스페인의 공격이 단조로웠기 때문에 큰 위협은 받지 않았다. 게다가 이니에스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중앙에서 공을 전진 시킬 선수가 없었던 점도 있었다.

전반 중후반을 지나면서 경기가 서서히 한국쪽을 흘러갔다. 그러다 후반 중반 알론소가 들어오면서 한국의 공격은 차단 되었고, 사비의 등장으로 한국은 완전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론소의 볼 차단과 미드필더로 공을 배급하는 능력은 정말로 뛰어났다. 정확하게 공이 올 곳을 훝으면서 패스의 길목을 차단했고, 이어 사비나 실바와 같은 미드필더에게 바로 빠르게 공을 넣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은 사비였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다른 선수는 보지 않고, 사비만 보면, 항상 공을 받을 위치로 이동한다.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패스 라인을 계속해서 그려낸다. 게다가 사비가 공을 잡아 패스를 할때 거의 모든 패스는 전진패스이다. 무리하게 방향전환을 하거나, 압박을 풀기위해 후방으로 패스하는 것은 없다. 

사비가 후방으로 패스하는 경우는 사비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선수들간의 트라이앵글이 무너질 경우이다. 항상 전방의 두 명이상 패스해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재빠르거나 거칠게 몸싸움도 하지도 않는다. 서서히 미드필더를 돌면서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이면서 동시에 공을 줄수 있는 위치에 존재한다.

사비는 쉽게 막히지 않는데, 사실 그 이유는 뻔하다. 중앙 미드필더의 특성상 패스 줄 곳이 없어도 무리하게 드리블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상대편에서 반드시 수비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수를 향해 패스해준다. 어차피 사비의 역할은 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무너질 이유가 없다. 이렇게 뛰어난 미드필더라면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쉽게 공을 내주지는 않는다.

사비와 같은 미드필더 타입은 절대로 한국축구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사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의 배급을 받아줄 수 있는 볼트래핑이 좋은 공격수가 3명이상 있는 클럽팀이 존재해야 한다. 과거 윤정환같은 스타일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사비는 항상 누구보다도 공을 받기 좋은 위치에 있다. 결국 과거의 고종수나 현재의 이관우, 백지훈, 기성용, 심지어는 윤빛가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뛰어난 테크니션들은 사비보다는 제라드나 이니에스타의 타입이다. (사실 고종수나 이관우를 이니에스타나 제라드와 비교하는 것은 연배로 볼 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_-)

우리나라 선수 다섯 명이 훈련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 명은 삼각형으로 서고, 두 명은 수비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비를 할까? 우리나라 축구의 특징이라면 두명이 동시에 공을 가진 한명에게 달려든다. 공을 패스할 수 없도록 강도높은 압박을 가한다. 실제론 그렇게 하지 않을지 몰라도, 특징이 그렇지 않은가.

반대로 스페인 선수 다섯 명이 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면? 두 명은 공을 받을 두 명을 마크하고, 공이 없는 선수는 공을 받기 위해 제칠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공을 가진 선수는 공을 받을 수있게 어떤 방법으로든 패스를 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것이 옳은 가는 분명하지 않다. 옳다 그르다는 결론의 것이고, 그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노력은 결국 그 선수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타입의 선수가 계속 길러진다는 점은 기쁘지는 않다. 그나마 구자철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은 했지만, 제주의 경기는 그닥 챙겨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 축구 스타일은 정말로 호랑이와 같다. 빠르게 달려들때는 비호처럼 뛰어서 잡아 물고, 어느때는 서서히 상대를 보다가 한 순간에 물어 뜯는다. 롱볼과 숏패스의 적절한 혼합이 공격에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평가전들보다 공격가담이 적었다는 사실. 더 공격적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월드컵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계속 든다

우리나라가 사용한 전술이 키가 큰 공격수를 가지고 있는 팀에서 다시금 쓰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현대 축구는 프리미어리그가 킥엔러쉬에서 미드필더진의 활용도가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토탈) 그 이후에는 역습의 속도를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 갔듯이 역습 속도의 가속과 미드필더진의 활용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과학의 발달이 21세기 까지는 계속 신기술의 발전이었다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컨버전스(융합)이지 않았나. 축구도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덧글

  • 매지 2010/07/08 12:03 # 답글

    사비같은 미드필더 타입은 전 세계를 다 찾아도 없어요.
    그런데 사실은 김두현이 좀 그런 스타일이었죠. 성남 가기 전까진..
  • 톨리 2010/07/09 10:12 #

    테크니션 이야기하면서 김두현이 빠졌네요. 왜 빼먹었을까요 -_-;;;;
    그나저나 사비같은 타입 찾아보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사비만큼 수준 높은 전진패스를 해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겠지만요.
  • footbalfre 2012/02/03 07:1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

    자세한 분석글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블로그에 가져가도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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